21.05.20 ~ 26
존 윌리엄스 지음
허구의 인물이지만
한사람의 일생을 책으로 읽어 보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너는 아무렇지 않게 견뎌내는 것만이 복수하는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는데...
중간에 제대로 펀치다운 펀치를 먹일때는 내속이 다 후련하더라...
자기만의 서재를 갖게 되었을때
그 시기에 스토너가 명예나 돈을 추구했다면
그런 삶이 되진 않았을것 같다.
명예나 돈이나 그런것들을 추구하진 않았지만
나름의 철학으로 욕망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던 것 같다.
교수로서의 태도 그런부분이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던것 같다.
흠...그런게 아니라 그냥 본인의 모습에 취했던것일까...
그래도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부분도 있으니까...
딸 그레이스는 엄마로 부터 지킬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뒤에 옮긴이의 말에 작가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저장해뒀던 부분을 정리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다시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는것 같고
다시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스토너가 많이 부족했구나...싶기도 하고...
스토너 입장에선 그럴수밖에 없으려나 싶기도 하고...
부분부분 인과적인 부분에서 이해를 깊게 못하는 부분이 꽤 있는것 같다.
세익스피어나 고전 문학에 대해 알았다면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까...
여튼 이렇게 정리하는 작업은 여러모로 좋은 작업인 것 같다.
2장
스토너는 대학을 커다란 저수지처럼 생각하고 있을걸.
도서관이나 유곽처럼 말이야.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자신을 완성해 줄 물건들을 고를 수 있는곳,
모두가 같은 벌집의 작은 일벌들처럼 힘을 합쳐 일하는 곳.
진실, 선함, 아름다움.
이런 것들이 모퉁이 너머 바로 다음 복도에 있다는 것이지.
아직 읽지 못한 바로 다음 책,
아니면 아직 가보지 못한 바로 다음 서가에.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그 서가에 이를 것이고,
그러면....그러면.....
이때 주고받던 대화들이 이해가 깊숙히 되지 않으면서도
감정적인 이해를 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인류가 겪은 전쟁과 패배와 승리 중에는 군대와 상관없는 것도 있어.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4장
두 사람은 무지한 상태로 결혼했지만, 그 무지의 내용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두 사람 모두 성 경험이 없었고, 자신들의 미숙함을 의식했다.
하지만 윌리엄은 농가에서 자란 덕분에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들을 심상하게 받아들인 반면,
이디스에게 그것들은 한없이 신비롭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녀는 그것들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알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을 마음속 어딘가에 품고 있었다.
6장
이렇게 꾸민 끝에 서재가 서서히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을 때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운 비밀처럼 마음속 어딘가에
이미지 하나가 묻혀 있었음을 깨달았다.
겉으로는 방의 이미지였지만 사실은 그 자신의 이미지였다.
따라서 그가 서재를 꾸미면서 분명하게 규정하려고 애쓰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인 셈이었다.
7장
그는 강의 내용에 완전히 몰입한 나머지
자신의 무능력은 물론 자기 자신과 눈앞의 학생들까지 잊어버리는 경험을 종종 했다.
완전히 열정에 사로잡혀서
대개 강의의 지침서로 삼던 강의메모마저 무시해 버린 채 말을 더듬기도 하고 손짓을 동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런 감정의 폭발이 신경에 거슬렸다.
그는 기운을 얻어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문학, 언어, 정밀하고 기묘하며 뜻밖의 조합을 이룬 글 속에서
그 무엇보다 검고 그 무엇보다 차가운 글자를 통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과 정신의 신비,
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그는 마치 위험하고 부정한 것을 숨기듯 숨겨왔지만,
이제는 드러내기 시작했다.
14장
하지만 윌리엄 스토너는 젊은 동료들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 기억밑에 고생과 굶주림과 인내와 고통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비록 스토너는 그들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의식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심연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항상 단단하고 황량한 표정을 짓게 되었던 그 10년 동안,
그런 표정을 공기만큼 친숙하게 알고 있던 윌리엄 스토너는 어렸을 때부터 겪은 전반적인 절망의 징조를 보았다.
15장
스토너는 아이의 변화를 지켜보며 슬픔을 느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만을 보여주었다.
죄책감이라는 편안한 사치품을 자신에게 허락할 수는 없었다.
타고난 본성과 이디스와의 생활이라는 조건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깨달음이 죄책감보다 훨씬 더 슬픔을 부추겼고, 딸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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