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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독서노트

마음

by 수수비 2021.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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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 21.05.2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인간실격도 그렇고 마음이라는 책도 조금...그려지는 느낌이...우중충하다.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되지만....공감하면서 봤지만....

너무 선을 넘어버리는 전개에 좀 마음이 좀 그냥 그랬다....

인간실격이랑 느낌이 좀...비슷하달까...

너무...극적인 것 같다.

그 당시는 그런걸까...

일본문학의 색깔이려나...

 

부분부분 디테일 한 묘사는 너무 좋았다.

 

그리고 뭐 좀 비겁하긴 했지만...

한 순간의 행동으로 평생을 짐을 지고 사는...

선생님과 K는 같은 삶을 살다간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란게 그런것이려나...

마음앞에 솔직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긴했다.

갑자기 끼어드는 욕망에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반성은 하더라도 자학은 하지 말자고...

 

이해가 좀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기도 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번역본도 읽어보고 싶다.

 

선생님과 나

4
가엾은 선생님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자신은 가까이 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 그만두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타인과 친숙해지기를 거부하는 선생님은
타인을 경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경멸했던 것 같다.


6
나를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는 처음 인사하던 때나 친해졌을 때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선생님은 언제나 말이 없었다.
어떤 때는 너무 조용해서 쓸쓸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선생님에게 다가가기 힘든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그럴수록 나는 어떻게든 가까워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 혼자만이 선생님에게 그런 느낌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추측이 훗날 사실로 입증되었으니
세상 사람들에게 아직 어리다거나 바보 같다는 말을 듣더라도
어쨋든 그것을 예측한 나의 직감에 대해서는 믿음직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 자신의 품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없는 사람,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었다.

7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내 태도는 오히려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정말이지 그런 태도 덕분에
선생님과 인간다운 따뜻한 교류를 나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 호기심이 조금이라도 선생님의 마음을 연구하려는 쪽으로 작용했다면
우리 사이를 잇는 동정의 끈은 그때 여지없이 뚝 끊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13
"정말로 사랑은 죄악입니까?"
"죄악이지, 분명히."

"하지만 조심해야 하네. 사랑은 죄악이니까.
내 곁에 있으면 만족할 수는 없지만 위험하지는 않지.
자네, 검고 긴 머리카락에 휘감겼을 때 기분이 어떤지 아나?"

14
"어쨋든 나를 너무 믿지 말게. 언젠가 후회할 테니까.
그러면 자신이 기만단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끔찍한 복수를 하게 될지도 모르네."

"예전에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의 머리 위에 다리를 올려놓게 만든다네.

나는 훗날 모욕을 당하지 않으려고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려는 것이네.
훗날 지금보다 더한 외로움을 참기보다 지금의 외로움을 참으려고 하는 거지.
자유와 독립과 자아로 가득 찬 시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 이런 외로움을 맛볼 수밖에 없어."


15
인간에 대한 선생님의 그 확신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내 눈에 비친 선생님은 틀림없는 사상가였다.
하지만 그 사상가가 쌓아올린 이념의 밑바탕에는
강렬한 체험이 자리하고 있는 듯했다.

자신과 동떨어진 타인의 경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뼈에 사무치게 맛본 실제적인 경험,
피가 끓어오르고 맥박이 멈출 정도의
쓰라린 경험이 가슴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듯했다.


29
"그거 봐."
"네? 뭐 말입니까?"
"자네 기분도 내 대답 한마디에 금방 바뀌지 않았는가."

30
나는 그들을 증오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인간이라는 존재 전체를 증오하고 있네.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선생님과 유서

52
숙부에게 속았을 당시 내 마음은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네.
그러면서도 나 자신만은 정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
세상이야 어찌 되었든
나만은 훌륭한 인간이라는 믿음이 마음속 어딘가에 있었던 걸세.

그 믿음이 K의 일로 맥없이 무너져버리면서
나 역시 숙부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임을 깨닫고 나니 갑자기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네.
타인을 불신했던 나는
이제 나 자신까지 불신하게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네.

53
아내는 내게 무엇 때문에 공부하느냐고 여러 번 물었네.
나는 그저 웃기만 했지만
속으로는 세상에서 내가 유일하게 믿고 사랑하는 사람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서글펐네.
이해시킬 방법이 있어도
이해시킬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서글퍼지더군.
나는 외로웠네.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외면당하고 나 혼자 살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자주 들었지.

그와 동시에 나는 K의 자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했네.
그 당시에는 내가 사랑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 생각은 상당히 단순하고 일방적이었네.
K는 실연 때문에 죽은 거라고 간단히 결론을 내버렸던 것이지.
하지만 점차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상황을 돌이켜보니 그렇게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았네.
현실과 이상의 충돌로만 생각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던 게야.
나는 결국 K도 나처럼 혼자 외로워하다가
끝내 자살하기로 결심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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